Boston Strangler

보스턴 교살자는 동명의 연쇄 살인 범죄 실화를 다룬 영화로 과거 1968년에도 동일한 소재의 영화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리메이크 작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영화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르다. 1968년 영화는 범죄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다루었으며 범인의 진술의 일관성이 없었던 점을 정신병을 원인으로하여 스토리를 풀어나갔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사건을 취재하면서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하는 두 여기자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은 로레타 맥러플린은 레코드 아메리칸의 여기자로 세명의 자녀를 돌보는 워킹맘이다. 1960년대의 시대상을 감안하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차별과 가족 내에서도 주부로서 역할을 강요받는 상황에서도 이런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주인공이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 주변 세력 (경찰)과의 긴장감, 살인범으로 부터의 위협 등 다양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갈등 관계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해내었다.

한편 캐리 쿤이 연기한 진 콜은 로레타와 동일한 처지에 있으면서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기자로 등장한다. 영화 말미에 소개 했듯 둘의 우정에 대한 부분이 영화 전반에서 등장하기는 하지만 로레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둘의 케미가 전반적으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점은 조금 아쉬운 점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부 요소(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연약한 존재로서의 묘사,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분노)로 인해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가 페미니즘과 관련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인 로레타의 시선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서술할 뿐 앞서 제시한 요소들을 특별히 부각해서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단지 인물이 가지는 동기와 감정에 대해서 좀 더 설득력있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만 등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의 60년대는 소위 사회 단위의 범죄가 범람하던 시기였고 이 때 다양한 형태의 연속 범죄가 일어나던 시기였다. 경찰의 다소 답답하고 융통성 없는 태도는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이 영화도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와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요즘 OTT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지라 다소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영화에서 진 콜은 직장과 가정의 일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로레타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넨다.

You’re gonna make yourself crazy worring about everyone else all the time. You can’t be apologetic, not about the things that are important to you. - Jean Cole

실제로 해당 인물이 한 말인지 여부는 떠나서 문장이 주는 울림이 가장 컸던 대사였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렇겠지만 삶은 혼자서 살아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족, 친구 등 주변을 챙길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는데 주저하거나 그로 인해서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며 미안해하고 심지어는 포기하는 일까지도 일어나고는 한다. 하지만 삶은 함께 살아가는 것임과 동시에 스스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안하다는 감정은 죄책감과도 연결되어있고 개인의 의지를 좀먹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중요한 일에 대해서만큼은 미안해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그런 부분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