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onde

독재자, 뱀파이어, 흑백 영화라는 굉장히 독특한 조합을 보여준 영화. 칠레 영화는 아마도 처음인거 같은데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같은 언어권인 스페인 영화보다도 흥미나 작품성 면에서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화를 다 볼때까지도 이게 칠레의 독재자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전기 영화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영화 자체가 역사적인 사실을 떼어놓더라도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흑백 화면, 촌스러운 느낌의 CG, 묘하게 고풍스러운 음악, 조금은 과장된 듯한 극 상의 등장 인물들이 자아내는 부조화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근한 불쾌감이 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흡혈귀라는 소재의 특성상 피가 낭자한 장면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앞서 언급한 특징들로 인해서 그런 장면들이 과하게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고 판타지 영화처럼 살짝 비 현실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았지만 칠레의 독재자와 그 자식들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전방위로 나라의 돈을 도둑질해왔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그런 점이 회계사(로 가장한 수녀)에 의해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되는데 역사를 잘 모르더라도 충분히 어떤 악행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숨겨진 부모, 불륜, 재산 싸움 같은 막장 드라마 소재들로 등장 인물들의 추한 욕망을 희화화하고 있는데 이런 점도 재미있었다.

평점은 위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기 영화라 역사적인 사실을 모르면 재미가 좀 떨어질 수 있고 일부 장면이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중간 정도로 보았다. 좀 더 빠른 템포로 편집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