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

어떻게 보면 에드거의 실종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라마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경찰, 범죄 조직과 결탁한 부패 공무원, 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다룬다. 다양한 주제가 섞여있는만큼 솔직히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에드거의 실종으로 인해 엮이는 도시의 여러 인간 군상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에릭이라는 캐릭터는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에릭은 에드거가 만들어낸 캐릭터로 에드거 자신을 상징한다. 에릭은 어두운 지하에 살다가 바깥 세상으로 나왔지만 밝은 세상을 두려워하는 괴물로 묘사된다. 종종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부모에대한 두려움과 또 그런 어려움 속에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에게 투영하여 자신을 괴물처럼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될것만 같은 모습은 괴물의 무서운 면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면은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다못해 비하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덩치가 크고 커다란 이빨도 가진 위협적인 괴물이지만 바깥 세상을 두려워한다는 면에서는 결국 어린아이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한편 빈센트에게 에릭은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드라마 내에서는 빈센트 머리속 가공의 존재로 묘사되며 이는 빈센트의 과거부터 존재했건 정신적인 문제를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는 성인이 된 지금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부모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TV 쇼의 성공적인 기획자임에도 부모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을 실망시키면서 쌓인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에드거를 찾는 내내 상상속의 에릭은 끊임없이 실패할 것이라는 말을 빈센트에게 되풀이하는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빈센트역을 맡은 베데딕트 컴버배치는 셜록에서 처음 알게된 배우이다. 그때만해도 크게 연기력이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후 제5계급, 스타트렉, 이미테이션 게임 등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영국 억양은 1도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미국 중년 남자의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연기했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극 전체를 끌고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