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로드무비. 신아산 전투에서 하얼빈 의거 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의거의 준비 과정, 폭약을 구하기 위한 만주로의 여정, 하얼빈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로드 무비 같은 인상을 준다. 중간의 사막 횡단 장면, 마적단 두목과의 대면 장면의 경우 웨스턴 판타지 적인 느낌도 살짝 있었던것 같다.
흑백과 컬러를 교차해서 사용했고 흑백은 회상 장면에 사용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동주(여기도 박정민이 주연으로 출연한다)에서처럼 흑백으로 쭉 가도 좋았을 것 같다. 흑백에서는 명암 대비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인물의 세밀한 표정이나 움직임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만강을 건너는 장면이나 전투씬 등에서의 눈, 얼음, 하늘, 피 등 색상이 주는 느낌들이 반감될 수 있어서 이런 자
마지막 현빈 배우의 나레이션은 다소 영화 내용과 거리감이 있어서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앞 부분의 빛에 대한 내용은 영화에 어떤 형태로든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기어이 앞으로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을 준비하면 모든 일을 이룰것이다.
사실 영화의 처음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안중근 의사가 얼어붙은 두만강을 힘겹게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야말로 영화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안중근 의사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길을 잃었습니다. 나의 믿음으로 인해 많은 동지들이 희생되었으니 더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내 목숨은 죽은 동지들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습니다.
결국 안중근 의사의 한걸음 한걸음은 동지들과 스스로를 믿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도 그러한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제 치하의 시기를 건너서 도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걸음은 독립을 위해 힘쓴 모든 사람의 의지를 상징한다. 첫 문장은 진부하더라도 이렇게 쓰였으면 더 적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살을 에는 추위는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아갈 것이다. 나의 한걸음, 내 동지의 한걸음이 모여서 이 얼어붙은 강을 기필코 건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