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ic

종교, 믿음, 주체성에 대해서 다룬 스릴러 영화. 독특한 스타일의 호러, 스릴러 영화를 다수 제작한 A24에서 제작했다.

주인공은 두 몰몬 교도 전도사인 “팩스턴”, “반스”로 전도를 위해서 중년 남자가 사는 외딴집을 방문했다가 사로잡혀서 괴이한 일을 겪게 된다.

먼저 두 주인공이 몰몬 교도인 이유에 대해서는 몰몬교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종교인 점, 그리고 몰몬 교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열성적이고 맹목적이며, 특유의 옷차림으로 전도에 적극적인 신도들이라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영화의 주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휴 그랜트는 여러 종교를 섭렵한 듯해 보이는 중년 남자 “리드”로 분했다. 실제로도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점을 더욱 부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나이들어 은퇴한 대학 교수 같은 모습으로 보이며 집의 인테리어, 셋업된 소품들도 그런 인상을 강조하게끔 되어 있다.

주인공들은 일련의 단계를 거쳐서 결말로 나아가게된다. 그 과정에서 마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듯한 환상을 주지만 모든 것은 미리 예상되고 선택되어 있다. 종국에는 모든 선택은 무의미하며 결국 괴팍한 한 범죄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사실 첫번째 선택인 “믿음”과 “불신“의 문을 거쳐 도달하는 곳이 똑같이 지하실인 점에서 암시된다.

한편, 다음 단계인 두번째 서재와 동굴로 이어지는 문이 불신에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결국 “리드”가 생각하는 종교가 가진 의미를 고려할 때 “불신”의 문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이 이 상황과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리드”는 종교를 보드 게임, 가요에 비유하여 원조와 그 아류들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그 정통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자신이 기적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죽은 여성이 부활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물론 이는 속임수로 드러난다. 이와 같은 행태는 제목인 헤레틱(이단)이 드러내듯이 전형적인 이단의 행태와 유사하다. 마치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종교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동굴의 끝에는 갇혀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리드”의 주장에 의하면 자발적으로 갇혀 있는 사람들이다. 앞서 죽음을 연출한 여성과 동일하게 무기력하며 스스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정도로 “리드”에게 맹목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팩스턴” 또한 마지막에 “리드”의 의도를 간파한다.

이 기괴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리드”는 “팩스턴” 과 “반스”에게 선택권을 주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결국은 어떤 선택을 하던 “리드”가 의도한 대로 진행되는 것을 깨닫게 된 때에는 벗어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종교가 결국 인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간명하게 보여주면서도 “자유의지”라는 것이 허상이라는 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팩스턴”은 기지로 상황에서 벗어나 죽어가던 ”반스“의 도움으로 괴이한 ”성소“를 벗어나게 된다. 이후 외부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채 영화는 끝이 난다.

주인공인 ”팩스턴“이 모태 신앙이라는 점에서 드러나듯 인생에서 신념은 주어진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념은 종교 뿐만 아니라 국가, 관습, 전통, 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이는 개개인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나의 선택들은 온전히 나의 생각에서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유의지”라는 것은 과연 실제하는가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팩스턴”이 보여주듯 의심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하는 것이야 말로 “자유의지”의 실현이라 생각한다. 시련이야말로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들며, 의심은 그 대상을 객관화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신념을 지속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뇌와 선택을 요구 받는다. 그리고 그 고뇌와 선택이야말로 만들어진 신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로서의 자유의지가 구현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삶이 휩쓸어가는 대로 사는 것은 “자유의지”없이 타인이 만들어낸 신념이라는 통제 속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과 다를바 없다. 무비판적인 사고는 쉽게 스스로를 타인의 통제하에 두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항상 고민하고 타인과 자신 모두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의심하고 또 생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