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Olle 10

10코스는 나의 첫 올레길 여행 이다. 사실 그 전에는 수 km를 한번에 걸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롯히 홀로 여행하는 경험이 처음이라서 설레는 부분도 있었다.

하모 체육공원에 내렸을 때 날씨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살짝 쌀쌀한 느낌이 감도는 우중충한 날씨였다. 올레 패스포트를 받아들었을 때는 잠시 막막한 기분이 들었는데 400km가 넘는 이 모든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걸까 의구심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하모 해수욕장의 탁 트인 바다를 바라 보아도 마치 유명 관광지 여행 책자에 있는 사진을 보듯 크게 감흥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올레길의 매력을 느끼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았다. 해안 코스에서 바로 알뜨르 비행장으로 향하는 밭길로 들어섰을 때 그 푸르른 들판 위로 조금씩 개어가는 파란 하늘을 놀란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깊은 곳에서부터 북받쳐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어렸을 때 본 마녀 배달부 키키의 정겨운 마을 위를 날아다니듯 그 자유로움과 따뜻한 감정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단순한 풍경의 전환이지만 내가 이런 아름다운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감동적으로 느껴질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편 알뜨르 비행장의 역사를 보면서 이렇게나 아름답고 고요한 곳이 과거에는 흉폭한 전쟁의 역사 아래 놓여있었다는 것이 너무 실감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