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다소 생소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을 표방하고 있다. 당시 웹툰이 연재될 때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어서 더 반가웠던 작품이다.
내용 자체가 사후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포 요소가 빠질수는 없지만 웹툰에서는 다소 담백한 느낌으로 묘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스산하고 으스스하지만 강풀 특유의 그림체로 인해서 묘하게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한편 드라마는 영상으로 실제 구현된 결과물을 보는 것이다 보니 웹툰보다는 다소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는 했다 (물에 잠기는 엘리베이터라던가, 빨간 하이힐이라던가…).
조명 가게는 사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밝은 공간이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빛을 찾아서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를 깨닫는 것도, 찾는 것도 온전히 본인의 의지로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본인의 의지가 약할 수록,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의지로 살아난 경우에는 섬망등의 증상을 겪으며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는 어떤면에서 산자의 삶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나의 빛을 찾는 것은 삶의 목적을 찾는 것과 동일하다. 빛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 (삶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떠밀어서 뭔가를 한다고 해도 얼마간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지속할 수는 없다. 자신의 의지가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속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사후 세계의 유령들과 같다.
결국 산 자의 세계이든 죽은 자의 세계이든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 나가야 한다. 스스로 깨닫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삶. 그게 빛과 같이 단순하고 상징적인 것일지 다른 어떤 보이지 않는 신념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람” 또는 “인격”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결국 그곳이 어떤 곳이든 “사람”사는 곳이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