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입

물속의 입

요약 및 생각

  • 빈집
    • 평범한 중년 부부의 지긋지긋하게 평범한 삶, 그것에 어떤 비밀이 있을 수 있겠는가. 본 단편은 그런 평범하디 평범한 설정에 미묘한 서사를 부여한다.
    • 때로는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인가, 평범하다면 어떤 면에서 그러한가. 주인공인 중년 여자는 길가에 지나가다가 채일 정도로 많이 보이는 전형적인 아줌마이다. 더 이상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평범한.
    • 그럼에도 그 안에는 남편을 향한 복잡하고도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 지극히 좀생이 같은 모습에 대한 혐오, 비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은 지루한 사람에 대한 혐오. 하지만 결국은 그 사람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혐오.
    • 종국에는 빈 화물차 안에서 남편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은 독특한 비밀을 갖고 있었다. 여자가 그토록 소망하는 뒤틀리고 기묘한 비밀을.
    • 결국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묘하게 뒤틀린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잠재해 있으며 때때로 현실로 드러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기묘한 불안감이 이 단편에서 잘 드러나 있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의 “열명의 병정 소년들” 을 오마주한 추리 소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호텔 캘리포니아”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 맥락 상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아마도 극 상의 분위기를 만들고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제시되는 장면에서만 일시적으로 소비되고 마는 듯한 느낌이었다.
    •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제시된 소설, 노래를 제거하고 가상의 섬, 지역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드러낼 수 있는 설화나 민담을 집어넣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으며, 원작을 나름의 방식으로 비틀어냈다는 평을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양귀비, 갯바위의 손 같은 소재들도 그 활용이 아쉽다.)
    • 인물들의 설정도 약간은 이야기와 겉도는 느낌이 있고 일부 중심 인물을 제외하면 다른 설정으로 바꿔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았다.
    • 마지막 장면은 피해입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적인 맥락과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다. 소설가의 딸을 해친 오동수가 비 도덕적인 인물임은 분명하나 그가 많은 여성들을 해한 사람의 대명사로 불리기에는 극 상에 묘사된 것만으로 보아서 부족해보이기 때문이다.
  • 물속의 입
    • 책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단편 소설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였다.
    • 딸을 잃은 어머니와 딸의 남자친구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어머니 혼자서 내면의 존재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 물속의 입은 딸이 어렸을 때 얼굴을 물에 담구는 독특한 방식으로 세례를 받았는데 이 모습을 지칭하는 말로 보인다.
    • 이는 그 자체가 물고문과 같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연상 시키며 동시에 물 속에 있으므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로서의 여성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 어머니는 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이는 혈연으로 묶여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애증 또는 스스로를 딸과 동일시하여 고통당하는 여성 자신에 대한 자괴감, 자기 혐오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앞선 단편에서도 등장하는 호텔 캘리포니아가 여기도 등장한다. 호텔은 마치 어머니 자신을 집어삼킬것 처럼 수많은 문들을 열어 둘러싼다. 이는 여성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굴레 혹은 그 고통의 심연을 상징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