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타이 웨스트 감독, 미아 고스 주연의 공포 영화로 사실 유령, 괴물, 살인마 등이 등장하는 유형의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사이코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의 영화이다.

타이 웨스트 감독은 The House of the Devil (2009), The Innkeepers (2011) 에서 보여준 A급도 B급도 아닌 독특한 감성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미아 고스의 경우 A Cure for Wellness (2016)에서 처음 접한 배우지만 영화 스토리 자체가 강렬해서 배우 자체는 그렇게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는 고전 영화에서 쓰일법한 타이틀, 장면 전환 기법, 클래식한 음악과 배우들의 대사 톤이나 연기로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인 19세기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사실 현대의 영화와 비교했을 때 고전 영화는 연출이 다소 현실적이기 보다는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데 이런 부분이 이야기의 비현실적이고 괴이한 느낌을 한층 강화하는 것 같다.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잔혹 동화나 우화 처럼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스토리를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펄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살인에 눈을 떠서 가족을 모두 죽이게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다루고 싶어하는 중심 주제는 결핍과 그로 인한 질투라고 생각한다. 펄은 자신의 주변인들과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않으며 비현실적인 꿈에 빠져 살고 있다. 심지어는 주변 사람들은 항상 다른이로 부터 관심이나 사랑을 받는데 비해서 자신은 그러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고 사랑받으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본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감정이 내부를 향하지 않고 외부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질투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펄은 영화 내내 자신을 향한 사랑 또는 관심을 확인 받고 싶어한다. 영사 기사인 남자를 우연히 만나 잠자리까지 같이 하지만 농장에서 남자가 이상함을 깨닫고 약간 다른 태도를 보이자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남자를 죽이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알아차렸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다. 오디션에서도 떨어지고 나서 본인은 여태껏 추었던 춤 중에 가장 잘 췄지만 왜 탈락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모습 들에서 보이듯 펄은 타인과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서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거나 질투하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병든 아버지, 시종일관 차가운 어머니의 모습에서 펄이 이런 환경에서 억압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뚤어진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의 행동은 사회에서 독일인 이민자가 가지는 어려움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펄을 전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오히려 어머니는 펄의 기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펄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엔딩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펄의 표정을 클로즈업 한 롱 테이크 장면이다. 하워드에게 인사를 건네며 과장되게 웃는 표정은 시간이 점차 지남에 따라 우는 표정으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에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바뀐다. 사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 내내 펄이 느꼈던 모든 감정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펄의 마음 속은 그토록 바라던 남편이 돌아와서 너무나도 기쁘지만 스스로가 행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에 후회가 밀려오다가도 결국은 이 모든 것을 막아줄 수 있었던 남편이 자신을 버리고 전쟁터로 향했다는 사실에 분노에 휩싸였던게 아닐까. 이런 표정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