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 세개의 항성 중 특정 항성의 인력에 끌려서 공전할 때는 평온한 시기인 항세기, 여러 항성의 인력에 끌려서 어지럽게 움직일때는 급격한 중력, 온도 변화를 겪는 시기인 난세기가 된다.
그러나 행성이 특정 항성의 인력에 강하게 끌리게 된다면 언제든지 항성에 충돌하여 사라질 수 있다.
행성에 사는 삼체 문명이 멸망과 발전을 되풀이해서 겪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반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문제는 순전히 운에 달려있다.
삼체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자 그 끝은 행성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예정된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을 상징한다.
이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여러가지 형태로 변주되어 등장한다.
인류가 삼체 문명과 통신을 함으로서 스스로를 파멸에 몰아 넣은 것.
삼체 문명과의 대결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결국은 굴복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희망하지만 결국은 만나지 못하는 것.
우주의 종말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며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려 최선을 다한다.
비록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다 하는 것이야 말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의미있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정통 SF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로 읽힌다.
1권은 외계 문명과의 조우, 비밀 단체, 수수께끼의 게임, 과거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다루며 스릴러, 역사물의 성격을 띈다.
2권은 본격적으로 외계문명과의 대결을 그리며 정통 SF의 면모를 보인다.
3권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마법과도 같은 상상력을 보여주며 청신과 윈텐밍의 러브 스토리를 마치 동화처럼 보여준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겪을 수 없는 매우 거대한 시간 범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마치 신화나 장대한 서사시처럼 느껴진다.
문명을 하나의 개체로 보고 그로부터 사회학을 발전시킨다는 개념도 매우 신선했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는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견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에 등장인물을 끼워맞추지 않고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는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책을 보니 드라마에서 어떻게 영상화될지 매우 기대된다. 드라마는 아직 매우 초반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화려한 장면들이 나올 것 같아 보인다.
인용
“전진! 전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전진하라!”
웨이드
문학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최고의 경지야. 그 경지에 다다르면 소설 속 인물이 문학가의 사상 속에서 생명을 얻지. 문학가는 그 인물들을 통제할 수 없어. 그들이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도 예측할 수 없어. 그저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을 따라다니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그저 자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죠. 그들이 사랑하는 건 현실 속의 상대가 아니라 상상 속의 상대예요. 현실 속의 상대는 그들이 만들어낸 꿈속 연인의 모형일 뿐이에요. 언젠가는 꿈속 연인과 현실의 모형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 차이에 적응하면 계속 사귀고, 적응하지 못하면 헤어지는 겁니다. 아주 간단해요. 환자분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건 모형이 필요치 않다는 점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