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신군부가 1979년 12월 12일 일으킨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로 해당일의 9시간 동안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원래 영감을 받은 실제 인물의 이름과 약간씩 다르게 변형되었다 (예: 전두 → 전두).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결말이 정해져있지만 잘 몰랐던 부분도 있었고 그 과정의 어려움이 잘 드러나게 연출되어서 충분한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자막과 그래픽을 적절하게 섞어서 연출하여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이해하기 쉬웠었다. 특히 작전 상황판을 그래픽으로 연출한 부분 덕분에 극 중 상황을 요약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하드 보일드 스타일로 대체로 등장 인물의 감정에 다소 몰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묘사된다. 일부 장면에서는 신파적인 부분도 조금 보이지만 과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절제된 연기에서 충분히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느껴졌던것 같다. 특히 이태신이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서 수방사를 나서기 전에 부인과 통화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북받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무능한 지휘관들과 불필요하게 발휘되는 상하 관계의 압력이 결국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너무 화가 났고 한편으로는 허탈하고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권력이 모이는 조직은 필수적으로 그 권력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군가 ‘전선을 간다’는 유독 여운이 많이 남는 노래였다. 노래 가사에서 느껴지는 좌절감과 분노가 결말의 상황과 겹쳐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때문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