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

보통 중간에 장르가 전환되면 뜬금없게 느껴질때가 많지만 이 드라마는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의 첫 인상은 옛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오마주한 추리극 정도로 보였었다. 중간 중간 삽입된 옛날 영화 장면, 옛시대를 상기시키는 소품들 (클래식 카)은 배경이 현대임에도 7~80년대 주인공들이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스토리 자체도 너무 뻔한 납치극이라서 이런 분위기랑 잘 어울린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클리셰 범벅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납치된 헐리우드 거장 감독의 손녀를 찾는 이야기지만 그 중심에는 주인공인 슈거가 있다. 매너있고 정의감 넘치는 미스터리의 남자. 그가 왜 이렇게 실종된 사람을 찾는데 집착하는 걸까? 숨겨진 과거가 있는 걸까? 드라마의 분위기로 인해 뻔한 추측을 하게 만든다. 고의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돌렸기 때문에 설마 이 이야기가 외계인 이야기일 것이라는 상상은 조금도 하지 못하게 된다. 거의 드라마가 막바지에 다다러서야 슈거의 정체와 과거의 일이 밝혀지면서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스토리는 더 전개될 여지는 있으나 지금과 같이 여운이 남는 엔딩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클리셰를 이렇게 비틀어서 사용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였다.

P.S: 사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영화 장면이 어디서 따온 것인지 알면 좋을텐데 몰라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어쩌면 요즘 세대 입장에서는 과거 영화가 굉장히 생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외계인 보다도 낮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