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rvivors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유명한 호주 태즈매이니아의 가상 마을인 에벌린 베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상처입은 과거로 부터 벗어났다가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뒤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가족들 간의 갈등 및 화해를 그리고 있다.

솔직히 호주 드라마라고 하면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끝까지 멈출 수 없었다. 마치 배경인 태즈매이니아의 자연과 같이 겉으로는 평화로우면서도 그 안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거친 자연이 드러나듯 폭발적인 감정선이 일품인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불운한 사고로 인해 원망을 받게된 주인공 키런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단순한 흐름으로 시작되지만 곧이어 사라진 소녀, 그리고 그 소녀의 사연을 캐내려는 한 여성, 희생으로 영웅으로 추앙된 두 청년과 그 과거가 복잡하게 얽혀서 그 복잡함을 더해간다.

갈등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6개의 에피소드 내내 끊임없이 이어진다. 키런으로 인해 또 다른 아들 핀을 잃게된 어머니 베리티는 키런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시드니로 훌쩍 떠나버린 키런을 원망하며 어째서 비극적인 상황에 자신을 내팽개치고 떠나버렸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친구들도 겉으로는 잘 대해주지만 결국 은연중에 자신들을 비극속에 버려두고 떠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다. 키런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리엄은 베리티와 묘한 유대감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크나큰 상실을 만들게 한 키런 가족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다. 과거는 각자가 알고 있던 그대로와 다르며 사건이 전개될수록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서로에 대한 의심을 점점 더해간다.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웠고 후반부로 가면서 감정선이 폭발하는 장면들에서는 숨이 멎을 정도로 집중하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주연 배우 모두 한명도 빠짐없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서로간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조금의 어색함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시리즈에서는 재난처럼 닥쳐온 사건들로 부터 “살아남은”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고, 진실을 숨기는 모습과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며, 상대의 잘못도 받아들이며 화해할 수 있는 모습 모두 “생존자”로서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서로 다른 모습이라고 본다. 나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을 인정하고 타인의 그런 점 또한 인정해야만 이런 재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