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and Three More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및 세가지 이야기는 로알드 달 단편선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and Six More (1977)에서 네가지 단편(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백조, 쥐잡이 사내, 독)을 선정하여 영화로 만든 것이다.

웨스 엔더슨 감독의 작품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처음 접했었는데 등장 인물들의 약간 과장된 연기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파스텔 톤 배경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이번 영화 역시 이런 점이 두드러지지만 그 외에도 독특한 특징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관객은 철저한 관찰자로 머문다. 영화의 세계에서 관객은 존재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은 관객를 인식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관객은 철저히 방관자로 머물며 경우에 따라서 특정 인물에 이입하여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반면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스스로가 행하는 행위나 대사를 관객을 바라보며 직접 말로 묘사한다. 경우에 따라서 동일 인물을 서로 다른 배우가 동시에 연기하며 반대로 한 배우가 목소리 톤을 바꿔가며 여러 인물을 연기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마치 연극을 보는 것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배우가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관객을 인지하고 말하는 것 같아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은 덤이었다.

중간 중간 장면이 전환되는 방식은 마치 기존 장면의 무대가 해체되고 새로운 장면의 무대가 조립되는 것 처럼 전환되어 영화가 더욱 더 연극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한다. 여기에 영화에서 사용되는 미술 효과나 장면 전환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므로 무대에만 갇혀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요약하면 소설이라는 텍스트를 연극과 영화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적절하게 시각화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이야기로 단순히 3인칭 시점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