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ward

“통제할 수 없는” (Wayward)는 컬트적인 속성을 지닌 청소년 캠프에 들어가게 된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캐나다 스릴러 드라마이다.

톨 파인즈 아카데미는 문제 청소년들을 교화하고 문제 행동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부모로 부터 아이들을 데려와서 세뇌한 뒤 자신의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섭하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된 아이들은 “도약”이라는 의식을 통해서 특정한 감정이 제거된 상태로 마을의 특정 어른에게 “졸업생”으로서 배정된다. 그 아이들이 성인이되면 또한 자신과 같은 “졸업생”을 돌보게 되는 의무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의식은 과거 톨 파인즈에 존재했던 히피 들의 모임에서 리더인 한 남자가 주장한 “초록 문의 의식”으로 부터 출발한다. 남자는 부모가 스스로에게 안긴 트라우마를 “문”으로 표현하여 그 문을 열고 넘어감으로서 스스로를 고통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톨 파인즈 아카데미의 교장인 에벌린은 과거 젊었을 때 이 모임에서 남자의 말로 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공동체를 구상하게 된다.

많은 장면에서 두꺼비가 등장하는데 드라마 마지막까지도 사실 어떤 의미인지 몰랐었다. 찾아보니 “도약” 의식에서 사용된 약물이 두꺼비 독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중간에 로라가 두꺼비를 싱크대 분쇄기에 갈아버리는 (…) 장면이 나오는데 로라가 두꺼비에 대해 가진 적대적 감정 (통제에 대한 저항)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이 상징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가진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에서 쓰이는 주문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등을 돌린채 문을 향해 서있는 어머니”는 자신을 외면하는 부모의 모습을, “크게 벌린 입 속의 문”은 말로서 자신을 통제하려드는 부모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영향력을 끊어냄으로서 “새로운 나”로서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톨 파인즈에서 행해지는 치료 프로그램은 이런 건전한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뜨거운 의자”는 감정에 솔직해지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었으나 실상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음으로서 자존감을 낮추고 트라우마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거울의 방”에서 문을 마주보게 하는 것은 자아 비판을 넘어서 스스로가 하지도 않은 잘못 까지도 인정하게 만드는 자아 비난의 과정으로 보인다. 종국에는 “도약” 의식을 통해서 “나쁜 부모에게서 탈피”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의 자아를 파괴하는 극단적인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사이비 종교에서 행해지는 전형적인 신도 포섭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사회나 단체가 가진 통념은 “집단의 자아” (SUPER EGO)로서 기능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스스로가 가진 “원초적 자아” (ID, 기초적인 욕구나 충동)가 사회에서 속하여 벌어지는 상황과 충돌하며 갈등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통념과 스스로의 욕구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는 “자아” (EGO)가 생겨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충돌을 회피하려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방식에 순응하거나 심지어 생각까지 다른 이에게 의탁한다면 그 사람은 자아가 없이 집단의 자아로만 움직이는 껍데기 인간이 된다. 일련의 갈등과정에서 애비와 레일라가 보여주는 모습은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자신과 생각을 타인에게 의탁하는 자신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사춘기때 보여주는 통제할 수 없는 제멋대로의 모습은 아직 “자아” (EGO)가 싹트지 못한 미숙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러한 시기를 가지지 못하고 순탄하게 (?) 넘어간 사람은 이후 성인이 되서도 끊임없이 사회적 상황에서 충돌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대로 살아가게 된다. 극중에서도 애비가 말했지만 어리기 때문에 그렇게 망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서 피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집단에게 조종 당하는 로봇 혹은 욕구에만 충실한 원시인이 되고 말 것이다.

에벌린은 이 모든 것을 거창한 계획하에 진행한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남자의 말도 안되는 망상에 동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 화에서 에벌린은 다량의 약물을 맞고 의식이 사라져가는 과정에서 “도약”을 경험하게 된다. 그 환영 속에서 드디어 문을 열고 넘어가지만 넘어가도 넘어가도 문은 계속되며 마지막에는 수 많은 문이 존재하는 공간에 갖히게 된다. 그제서야 자신의 믿음이 잘못된 것을 알고 울부짖게 된다.

사실 “도약”은 드물거나 특별한 과정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공동체에서 살아가며 인간은 수많은 대상과 갈등을 빚는다. 그 속에서 해결과 실패, 그리고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괴로워하나 결과적으로 갈등을 어떤 형태로든 봉합하고 또 다른 상황으로 나아간다. 이 모든 과정 하나 하나가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에벌린의 망상에서 보여지듯 문은 하나이기도 하고, 세개이기도 하고 때로는 앞에 있기도 하고, 뒤에 있기도 하며 무작위로 흩어져 있기도 하다. 이에서도 보여지듯 삶은 끊임없는 “도약”의 과정이다. 따라서 (”문”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갈등과 고통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기며 그저 포기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